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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박영선, <구원, 그 즉각성과 점진성>

가난한 지혜자 2023. 12. 26. 18:53

◼︎ 박영선(1985), <구원 그 즉각성과 점진성>, 새순출판사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구원의 미래성” 또는 “구원의 점진성”이라는 키워드를 다룬 책들을 모으다가 발견한 오래된 책. 저자는 출애굽 사건은 구원의 시작으로, 가나안 입성은 구원의 완성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출애굽에서 가나안 입성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 구원에 관한 다양한 상징들을 찾아 해설한다.

 


 

저자에게 구원은 즉각적인 사건이다. 하나님께서는 출애굽한 백성을 “반드시” 가나안까지 인도하시므로, 사실상 출애굽 순간에 가나안 입성이 즉각적으로 결정된다(p.23). 그런 점에서 저자에게 홍해 도해와 요단강 도하는 동일한 사건이다(p.30). 두 사건은 모두 죽음, 곧 세례를 의미한다(p.38).

 

그러나 동시에 저자에게 구원은 점진적인 사건이다. 분명히 출애굽하면 가나안 입성이 의도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가나안은 필수적이다(p.82). 홍해를 건넜고 그리스도 안에 들어왔지만, 눈 앞에는 싸워야 할 아말렉이 있다(p.84).

 

이 상반된 두 가지 개념을 제시하며, 저자는 홍해 건넌 것을 전부로 생각하고 가나안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 성도들의 오해에 우려를 표한다(p.57). 홍해를 건넜으면 즉각적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됨에도, 그렇게 살지 못하는 신앙생활을 상징하는 것이 광야(p.75)라고 호소한다. 그 과정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를 낮추고 마음으로부터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고백을 받기 원하신다(p.119)

 


 

저자의 이 강의는 구원의 즉각성만을 조명한 이안 토마스를 극복하고, 구원의 점진성에 대한 상징을 발굴한데에 가치가 있다. 그 외에도 명석한 설교자로서 선포하는 많은 감동적인 메시지가 있다. 책에는 “구원을 받았는데, 왜 고난이 있느냐”, “구원 이후에 무엇을 해야하느냐”와 같은 흔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푸는 데에 좋은 논증들이 담겨있다.

 

문제는 “구원 이후에 왜, 내가,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하느냐”이다. 어쨌든 이 책은 개혁주의의 시각을 벗어나지 않는다. 저자가 광야의 과정을 보는 시각은 “성도의 견인” 교리를 철저히 따른다. 광야의 과정을 들어 구원의 점진성을 재조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도의 능력은 부정된다.

 

이러한 논지 속에서 성도에게 광야를 노력과 인내로 걸어가도록 권면하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설득력이 약해보인다. 책을 덮고도 좀처럼 속이 시원하지 않은 것은 그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