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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과 현실의 괴리에 관하여: 현실과 신앙에서 쉬지 않는 성도의 자세 (사 62:6-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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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과 현실의 괴리에 관하여: 현실과 신앙에서 쉬지 않는 성도의 자세 (사 62:6-7)

가난한 지혜자 2023. 12. 30. 18:21

장 푸케(Jean Fouquet)가 그린 <솔로몬 성전의 건축>. 유대인들은 솔로몬 성전이 회복되기를 꿈꾸었지만, 스룹바벨이 회복한 성전의 현실은 눈에 보잘 것 없었다(학 2:3). 그리스도인은 수시로 약속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며 살아간다.

 

예루살렘이여 내가 너의 성벽 위에 파수꾼을 세우고 그들로 하여금 주야로 계속 잠잠하지 않게 하였느니라 너희 여호와로 기억하시게 하는 자들아 너희는 쉬지 말며 또 여호와께서 예루살렘을 세워 세상에서 찬송을 받게 하시기까지 그로 쉬지 못하시게 하라 (사 62:6-7)

 


 

하나님은 이사야 60장에서 예루살렘에 광명, 자녀들의 귀환, 부, 강대함이 실현될 것이라 약속하신다. 그리고 61장에서는 풍요와 회복과 공의와 찬송이 있을 것임을 선포하신다. 그러나 이사야 당시의 유다는 강력한 주변 제국들의 영향력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약속이 실현되기는 무척 어려웠다. 약속을 현실에 적용하는 데에  괴리가 생긴 것이다¹.

 

이사야 62장 6-7절은 이 괴리를 해결하려는 "사람의 노력"에 대해 다룬다. 바로 파수꾼을 세우는 것이다. 파수꾼의 의미는 중의적이다. 첫 번째로 파수꾼은 정말로 성벽을 지키는 경비대로서의 파수꾼 그 자체를 뜻한다. 두 번째로 파수꾼은 여호와로 "기억하시게 하는 자"이다. 히브리어로 함마즈 키림[המזכרים את]이라 쓰인 이 단어는 끊임없는 기도로 하나님의 주의를 환기하려는 생각을 표현한다¹.

 

전자가 주변 제국들이 예루살렘을 침탈하지 않도록 성벽을 지키게 하는 현실적인 대응을 가리킨다면, 후자는 끊임없는 기도와 간구를 통한 신앙적인 대응을 나타낸다. 결국 “그로 쉬지 못하게 하라”는 말은, 예루살렘 회복에 대한 여호와의 약속이 성취될 때까지 유다 백성 모두가 파수꾼이 되어, 이러한 현실적인 대응과 신앙적인 대응을 쉬지 말라는 의미이다.

 


 

성경은 하나님이 일하심을 말하지만, 동시에 사람에게 맡겨진 영역에 대해서도 말한다. 창조는 하나님이 하셨지만, 피조세계의 통치권은 사람에게 주셨다(창 1:28; 창 2:19-29). 예수님은 늘 제자들을 가르치셨지만, 이제 그것을 가르쳐 지키게 할 의무는 우리에게 있다(마 28:19-20).

 

예수님이 물로 만드신 포도주는 연회장에 가져다 주는 하인들의 순종과 공명한다(요 2:8). 하나님을 쉬지 못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성도된 우리가 쉬지 않는 것이며, 그 쉬지 않음의 영역은 현실과 신앙에 모두 맞닿아 있어야 한다.

 


¹ Chia, P.S.. (2021). An analysis of Isaiah 62:6–7 – A psychology of religion approach. Verbum et Ecclesia 42(1), a2206. https://doi.org/10.4102/ve.v42i1.2206